■ 마르 5:21-34 21 예수께서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다시 가시자 많은 사람들이 또 모여들었다. 예수께서 호숫가에 계셨을 때에 22 야이로라 하는 한 회당장이 와서 예수를 뵙고 그 발 앞에 엎드려 23 "제 어린 딸이 다 죽게 되었습니다. 제 집에 오셔서 그 아이에게 손을 얹어 병을 고쳐 살려주십시오." 하고 애원하였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를 따라 나서시었다. 24 그 때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둘러싸고 밀어대며 따라갔다. 25 그런데 군중 속에는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증으로 앓고 있던 여자가 있었다. 26 그 여자는 여러 의사에게 보이느라고 고생만 하고 가산마저 탕진했는데도 아무 효험도 없이 오히려 병은 점점 더 심해졌다. 27 그러던 차에 예수의 소문을 듣고 군중 속에 끼여 따라가다가 뒤에서 예수의 옷에 손을 대었다. 28 그 옷에 손을 대기만 해도 병이 나으리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29 손을 대자마자 그 여자는 과연 출혈이 그치고 병이 나은 것을 스스로 알 수 있었다. 30 예수께서는 곧 자기에게서 기적의 힘이 나간 것을 아시고 돌아서서 군중을 둘러보시며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고 물으셨다. 31 제자들은 "누가 손을 대다니요? 보시다시피 이렇게 군중이 사방에서 밀어대고 있지 않습니까?" 하고 반문하였다. 32 그러나 예수께서는 둘러보시며 옷에 손을 댄 여자를 찾으셨다. 33 그 여자는 자기 몸에 일어난 일을 알았기 때문에 두려워 떨며 예수 앞에 엎드려 사실대로 말씀 드렸다. 34 예수께서는 그 여자에게 "여인아,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병이 완전히 나았으니 안심하고 가거라." 하고 말씀하셨다. 추락하는 것은 절박하다. 제 주의력이 산만해서인지 저는 어려서부터 잘 떨어지는 사람이었습니다. 3층에서도 떨어지고 계단에서도 자주 구르고... 암튼 저 때문에 가족들을 비롯한 주위사람들의 걱정이 많았습니다. 오늘 본문을 가만히 묵상하는데 예전에 2층에서 떨어졌던 기억이 나더군요. 제 부주위로 2층 난간에서 떨어진 일이 있었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양손으로 무언가를 잡았어요. 뭔가 두툼하고 묵직한 기둥이라 생각하며 안심을 했는데 알고 보니 화분에 심어진 나무였습니다. 화분과 같이 떨어져서 좀 크게 다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살면서 이토록 무언가를 절박하게 잡았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예수의 옷자락을 잡은 한 여인의 절박함이 들여다보입니다. 아픈 몸으로 12년 동안 전 재산을 탕진하고 끝없는 추락을 반복하며 이제 겨우 예수께 다다른 여인입니다.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해도 병이 나으리라고 생각했던 그 여인. 예수님에 대한 갈망과 치유를 향한 그녀의 간절함이 그녀 스스로를 구원합니다.
제가 2층에서 떨어지며 간절하게 잡은 것이 화분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저는 미리 손을 놓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추락하고 있는 그 순간에는 어떤 것이 날 살리는 것인지 날 죽이는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나를 잡아줄 수 있다고 믿는 무수한 것들을 떠올리며 손을 뻗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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