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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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수원나눔의집은 기도와 실천의 일치, 성찰과 활동의 일치를 지향합니다.
의로운 실천이라도 동기가 어두울 수 있습니다. (개인의 명예, 공명심, 인정의 욕구 등)
모든 활동은 성찰의 수고와 함께 조명되어야 합니다.
그럴 때 활동가들의 소진이 멈추고 보다 근원적인 ‘선(善)’을 향해 작용 할 수 있습니다.

제목 되갚지 못하더라도 - 생활과묵상43 등록일 2023.04.25
글쓴이 정일용 조회 244

루가 14:12-14

예수께서 당신을 초대한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점심이나 저녁을 차려놓고 사람들을 초대할 때에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잘 사는 이웃 사람들을 부르지 마라그렇게 하면 너도 그들의 초대를 받아서 네가 베풀어준 것을 도로 받게 될 것이다그러므로 너는 잔치를 베풀 때에 오히려 가난한 사람불구자절름발이소경 같은 사람들을 불러라그러면 너는 행복하다그들은 갚지 못할 터이지만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하느님께서 대신 갚아주실 것이다.

 

되갚지 못하더라도

 

기독교인의 선한 실천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일반적으로 약하고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우리의

작은 선행에도 감사 하고 감동을 받습니다.

즉각 반응이 오는 사람들그래서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선호하지요.

많은 경우 나눔을 실천하는 신앙인들의 신념과 보람의 수준은

바로 요 지점에서 맴돌 때가 많습니다그러다가 몇 년을 만나도

변함없이 꿋꿋이 얼어붙어있는 사람을 만나면 덜컥 겁이 납니다.

그리고는 고민이 시작되지요. “뭔가가 잘못되었어.

그 사람에게 베풀어준 선행이 얼만데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가 있지?

이건 사회복지의 문제야.” 하며 어지러운 머리를 정리합니다.

또 어느덧 그런 계산에 익숙해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좀 더 솔직하게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등급을 나누어

따지는 것 같습니다그러니까 내가 어떠한 사랑의 행위를 보여주면

쉽게 감동하는 사람들마음이 어리고약한 그런 가난한 사람들을

환영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말입니다.

기왕이면 선행에 대한 보상이 돌아오는 사람들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고맙습니다이 은혜를 어떻게 갚지요?”라는 말 한마디라도

있어야지 우리 선한 행위가 드러난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은 것이겠지요.

 

오늘 예수님의 말씀처럼 우리의 선행에 대해 상대방이 갚을 수 없더라도,

아니 오히려 갚을 수 없는 것이 되었을 때 하느님께서 대신 갚아주실

것 같습니다우리가 먼 훗날 주님 앞에 서게 될 때그분께서 보시는 것은

분명 우리의 지위와 명예는 아닐 것입니다.

 

그저 가엾은 누군가에게 쌓여있는 우리의 작은 사랑이 그분의 눈에 맺힐 것입니다.

 

■ 오늘의 기도

우리 안에 맺혀진 당신의 향기가 가엾은 누군가에게까지 퍼지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