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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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실천이라도 동기가 어두울 수 있습니다. (개인의 명예, 공명심, 인정의 욕구 등)
모든 활동은 성찰의 수고와 함께 조명되어야 합니다.
그럴 때 활동가들의 소진이 멈추고 보다 근원적인 ‘선(善)’을 향해 작용 할 수 있습니다.

제목 맥주 한 캔 - 생활과묵상54 등록일 2023.12.19
글쓴이 정일용신부 조회 329

마르 6:1-6

 

예수께서 그 곳을 떠나 제자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셨다. 안식일이 되어 회당에서 가르치시자 많은 사람이 그 말씀을 듣고 놀라며 저 사람이 어떤 지혜를 받았기에 저런 기적들을 행하는 것일까? 그런 모든 것이 어디서 생겨났을까? 저 사람은 그 목수가 아닌가? 그 어머니는 마리아요, 그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유다, 시몬이 아닌가? 그의 누이들도 다 우리와 같이 여기 살고 있지 않은가?” 하면서 좀처럼 예수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디서나 존경을 받는 예언자라도 자기 고향과 친척과 집안에서 만은 존경을 받지 못한다.” 예수께서는 거기서 병자 몇 사람에게만 손을 얹어 고쳐주셨을 뿐, 다른 기적은 행하실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믿음이 없는 것을 보시고 이상하게 여기셨다.

 

 

                                    맥주 한 캔을 통해서도

 

어느 늦은 가을날, 마을 주민들과 함께 바다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또렷하게 기억나는 어느 장면이 있는데요.

참가하신 분들 중에는 건강상의 문제로 술을 끊으신 어르신 한분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어떤 실무자가 들뜬 마음에

한잔 드시라며 그분께 캔 맥주를 권하는 거예요.

그 상황에서 그분이 술을 받는다는 것은 또 다시 어두운 취중의

생활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알기에 말렸습니다.

 

절대 드리지 마세요.”

하지만 어르신이 강하게 달라하셔서 그의 손에는 맥주 한 캔이 들려있습니다.

 

평가가 분명한 사람들이 있어요.

저 사람은 치료가 필요해! 저 사람은 부족한 사람이야.”

 

저 마다 타인들의 한계를 너무나 분명하게 안다고 생각하기에

사람의 변화 가능성을 믿으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어르신은 조용히 일어나 받은 캔 맥주를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십니다. 자신이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자신에게 잘해준

어떤 분께 이거 먹어라며 수줍게 손을 내미셨어요.

 

가슴이 참 뭉클했습니다. 한 사람의 변화가 우주의 변화라며 말만

무성했던 저에게 따듯한 일침을 가해주십니다.

 

저자는 목수의 아들이 아니었나? 그 어머니는 마리아요,

그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유다, 시몬이 아닌가?

그의 누이들도 다 우리와 같이 여기 살고 있지 않은가?“

 

사람의 변화를 믿습니다. 우리 안에 우주가 있다는 것,

우리 안에 신성이 깃들어 있다는 것. 하느님께서 늘 인간의 변화

가운데서 우리와 소통하신다는 것을 믿습니다.

한 사람 안에 깃들어있는 하느님을 보지 못한다면

거기에서는 그 어떤 기적도 절대로 일어날 수 없습니다.

 

오늘의 기도

 

서로 안에 깃들어있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만나게 하시고 성화시켜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