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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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활동가들의 소진이 멈추고 보다 근원적인 ‘선(善)’을 향해 작용 할 수 있습니다.

제목 물위를 걷는 용기 - 생활과 묵상25 등록일 2023.04.25
글쓴이 정일용 조회 257

요한 6:16-21

그 날 저녁때 제자들은 호숫가로 내려가서 배를 타고 호수 저편에 있는 가파르나움으로 저어갔다예수께서는 어둠이 이미 짙어졌는데도 그들에게 돌아오지 않으셨다거센 바람이 불고 바다 물결은 사나워졌다그런데 그들이 배를 저어 십여 리쯤 갔을 때 예수께서 물 위를 걸어서 배 있는 쪽으로 다가오셨다이 광경을 본 제자들은 겁에 질렸다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나다두려워할 것 없다.” 하시자 제자들은 예수를 배 안에 모셔 들이려고 하였다그러나 배는 어느새 그들의 목적지에 가 닿았다.

 

물 위를 걷는 용기

 

누군가 기적이란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 위를 걷는 것

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실제로 몸에 장애를 가지신 분들은

집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시지요.

집 대문을 열고 문 밖의 땅을 밟는 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어려운 일입니다.

실제로 모두가 일상적으로 다니는 땅의 길들이 그들에게는

숨 막히는 바다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주님께서 물위를 걸어 다가오신 이유에 대해 가만히 물어봅니다.

단순히 중력을 제어하는 초자연적 능력을 보여주기 위함은 아닐 것입니다.

간혹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이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같이 암담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예수께서 보여주신 하느님나라의 희망 대신에 등골이 휘게

일해야만 이 세상에서 겨우 연명할 수 있다는 압박이 무겁습니다.

 

더욱이 정신없이 휘몰아가는 지금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무수한 약자들의 삶은 어떨까요?

 

너희 중 가장 작은 자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라는 그분의 가르침은 바쁜 현실의 풍랑 앞에서 좌초되는 듯해 보이지만

주님께서는 이 땅에 몰아치는 그 사나운 물결에 결코 굴복하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그분께서는 세상에서 내던져진 가장 작은 자들의

손을 붙잡고 사나운 물결을 지그시 밟으며 다가오고 계십니다.

 

묵상 기적이란 물 위를 걷는 자체가 아니라 두려움이 가득한 세상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새 땅을 향해 걸어 나가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나다두려워할 것 없다.”하시자 제자들은 예수를 배안에 모셔 들이려고 하였다.(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