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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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활동가들의 소진이 멈추고 보다 근원적인 ‘선(善)’을 향해 작용 할 수 있습니다.

제목 안개 속을 걸을 때 - 생활과 묵상 60 등록일 2024.07.10
글쓴이 정일용신부 조회 148

요한 12:31-36

31 지금은 이 세상이 심판을 받을 때이다. 이제는 이 세상의 통치자가 쫓겨나게 되었다.

32 내가 이 세상을 떠나 높이 들리게 될 때에는 모든 사람을 이끌어 나에게 오게 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33 이것은 예수께서 당신이 어떻게 돌아가시리라는 것을 암시하신 말씀이었다. 34 그 때에 군중이 "우리는 율법서에서 그리스도가 영원히 사시리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사람의 아들이 높이 들려야 한다고 하시니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 그 사람의 아들이란 누구를 가리키는 것입니까?" 하고 물었다. 35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빛이 너희와 같이 있는 것도 잠시뿐이니 빛이 있는 동안에 걸어가라. 그리하면 어둠이 너희를 덮치지 못할 것이다. 어둠 속을 걸어가는 사람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36 그러니 빛이 있는 동안에 빛을 믿고 빛의 자녀가 되어라."

 

                                           안개 속을 걸을 때

 

강화도로 여행을 가보신 분들은 아실꺼예요.

섬이라서 가끔 바다 안개(海霧)가 일어나는데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자욱합니다.

 

특히 운전을 하는 상황에서 해무(海霧)를 만나게 되면 정말 난감하지요.

그럴 때 의지가 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앞차의 비상등입니다.

평소 도로에서 만나는 차들은 내 운전을 방해하거나 속도를 줄이게

만드는 불편한 것들이지만 이렇게 안개로 깜깜한 상태에서는 앞길을

알려주는 등대가 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나가긴 해야 하는데 길이 보이질 않을 때 그 길을 알려주는

작은 빛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예수그리스도께서 친히 보여주셨던 길을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늘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헤매기도 하고 빛이 아닌

어둠의 매력에 압도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둠이 지배하는 것 같은 암담한 상황에서도 분명히

그리스도의 빛이 우리의 길을 비추고 있음을 믿습니다.

 

오늘 예수께서는 당신이 죽어 높이 들려야 당신의 빛이 완성되어

모든 사람에게 드러난다고 말씀하십니다.

친히 십자가를 지고 고난의 길을 걸어가시며 우리의 영혼에

또렷한 자취를 남기셨던 그리스도를 기억합니다.

그분의 삶이 제게는 너무 찬란하고 눈부시기에 내가 길을 잃어

지쳐 쓰러져도 다시금 그 빛에 생기를 얻고 가슴 뛰는 현장으로 걸어갈 수 있습니다.

 

자욱한 해무(海霧)속에서 내가 앞차의 빛을 보고 따르듯이

누군가는 내가 만들어내는 빛을 보고 따라오고 있다는 생각에

내 빛이 주님을 닮은 보다 건강한 빛이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오늘의 기도

안개 속에서도 늘 우리를 비추시는 당신의 빛을 발견하고, 그 빛을 따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