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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낡음과 새것의 변증법 - 생활과 묵상32 날짜 2021.07.28 18:03
글쓴이 정일용 조회/추천 77/3

116() 마르 2:18-22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단식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사람들이 예수께 와서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의 제자들은 단식을 하는데 선생님의 제자들은 왜 단식을 하지 않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잔칫집에 온 신랑 친구들이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야 어떻게 단식을 할 수 있겠느냐?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는 그럴 수 없다. 그러나 이제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온다. 그 때에 가서는 그들도 단식을 하게 될 것이다.” “낡은 옷에 새 천조각을 대고 깁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하면 낡은 옷이 새 천조각에 켕겨 더 찢어지게 된다. 또 낡은 가죽 부대에 새 포도주를 넣는 사람도 없다.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도 부대도 다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낡음과 새것의 변증법

 

살면서 투표라는 것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할머니를 기억합니다.

만나면 이번에는 꼭 투표를 하라고 말씀드려도 전혀 동요가 없었어요.

한숨을 쉬며 내가 투표하면 세상이 바뀌냐

변하지 않는 이 세상의 딱딱함을 넋두리하십니다.

 

한 평생 여자라는 이유로, 가난하다는 이유로, 못 배웠다는 이유로

참으로 냉혹한 세상의 현실을 경험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모진 삶을 팔자라고 여기며 그렇게 사시다

하늘로 떠나신다 말씀하십니다.

 

그래도 꾸준히 만나고 할머니의 행복을 염원하며 기도드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가 자그마한 소리로 제게 묻습니다.

이번에 누굴 찍어야 하는겨.”

 

놀랐어요. 저는 그저 투표라는 행위가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작은 표현이고, 세상의 변화가능성을 믿는 희망이기에

할머니께 용기를 내어보라 말씀드린 것이거든요.

 

오랜 기다림 속에서 할머니는 제게,

그리고 이 세상에 조금 마음을 열어 놓습니다.

 

오늘 성서에서의 낡은 천조각과 낡은 가죽 부대는

단순히 물리적인 낡음이나 누적된 시간의 쌓임이 아니라는 것을

고백하게 됩니다.

아무리 낡고 헤져도 과거에 머물렀던 옛것을 몰아내고

새 희망을 발견하는 순간이 곧 새 포도주가 담기는 순간이겠지요.

조금씩 세상을 향해 자신의 문을 열고,

기도에 대한 힘을 의지하시는 할머님은

더 이상 낡은 가죽부대가 아니십니다.

 

벌써 몇 차례의 투표를 경험하신 할머님은 다음 선거 때에도

어김없이 제게 전화를 하시겠지요. “이번엔 누구를 찍어야 하는겨.”

 

묵상 : 스스로 낡아 간다고 느낄 때에 오히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손을 꼬옥 잡아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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